진료실 밖 이야기/자잘한 일상

다시 운동

이음ᵉᵘᵐ 2020. 6. 15. 17:22

소파에 앉아 다리를 내려다보다 허벅지가 무척이나 앙상해졌음을 느꼈다.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온 일생이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자전거를 타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고 가끔 왕복 100km 정도의 하이킹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그때의 탄탄한 허벅지가 어느새 얇고 물컹한 다리로 변해버렸다.

 

앙상해진 다리 때문일까. 건강을 위해서라는 핑계를 앞세웠지만 사실 버스비가 아까워서 수 km를 걸어다녔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것도 고단하다. 종일 앉아있고 집에서는 종일 누워있고.. 며칠에 한번씩 걷는 거리는 고작 2-3km.. 다리가 부실해지는 것이 당연.

 

원래 운동이라는 것을 안하고 살았지만 운동을 시작하는 것을 망설였던건 몸이 좋지 않아서였다. 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한 끊어질 듯한 허리통증을 겪은 후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언제 다시 도질지 모를 불안감은 언제나 몸을 사리게 했다.

 

그러던 중 흥미를 가진게 자전거 타기였다. 어릴때 자전거 하나로 동네를 누비고 다니던 즐거운 추억이 내 결심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렇게 자전거를 사고, 안전 장구와 기타 이런저런 장비를 갖추고 짧게는 한두시간 길게는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구릿빛 피부를 유지하던 시절. 덕분에 피부는 거칠거칠 하게 되었지만 튼튼한 다리를 얻었고 그 덕분인지 허리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최근 몇년 동안은 그전처럼 한번씩 허리에서 뻐근함이 느껴지고 하루 종일 골반에 묵직한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이런 기분 나쁜 통증 때문에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웨이트 트레이닝도 끌리지가 않았고 아프니 눕고 누우니 안움직이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허벅지는 이렇게 앙상해졌다.

 

반면 체중은 엄청 늘었다. 

부실한 다리야, 이 몸을 버티기가 힘들었겠구나. 

 

오늘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불룩불룩 근육만들기는 내 관심사가 아니고 연명하는 삶에서 벗어날 정도의 몸은 만들자가 목표이다. 짐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타보았다. 저항 가장 낮게 고작 20분을 탔는데 다리는 후덜거리고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한시간 목표로 왔는데 그건 아마 다음주 정도에나 가능할 것 같다. 어쩌면 다음달. 

 

매일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