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Clubhouse) 열풍이다. 아직까지는 서비스가 아이폰 전용이고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달리 제한적이지만 이미 소위 말하는 '인싸'들 상당수가 클럽하우스(이하 클하)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클하는 음성을 기반으로 하는 SNS이다. 글이나 사진으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음성으로 대화를 하는 장이다. 그래서 그 내용은 휘발성이 있다. 정해진 대화 시간이 끝나고 방을 닫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만나서 이야기하고 헤어지는 것과 유사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와 맞아 떨어지는 재미있는 놀이거리, 혹은 공부거리가 생긴 것이다.
음성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는 이전에도 있었다. 팟캐스트가 있고, 더 이전에는 메신저의 채팅 기능이 있었다. 메신저 채팅은 불특정 다수와의 대화 보다는 지인과의 1:1 또는 그룹 채팅을 위한 것이었고, 팟캐스트는 라디오와 비슷하게 일방적인 전달이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나 기타 플랫폼을 통한 라이브 스트리밍도 있고 이런 서비스는 메시지를 통해 실시간 참여가 가능하지만 그 방송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클하와의 차이점이다. 클하에서는 청취자가 발언권을 얻어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클하에 만들어진 방은 종류도 성격도 다양하다. 보는 관점에 따라 정말 무의미한 방도 있고, 이거 한국인의 특징인가 싶은 방도 보이고, 자신의 커리어를 포장하기 위한 방도 보이고... 그 중에 내가 한번씩 찾는 방은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분야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에 대해 이야기 들을 수 있는 곳들이다.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나, 예술, 명상에 대한 것, 가끔은 외국인들의 일상 대화를 엿들어 보기도 한다.
처음 방에 입장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낯선이들과 대화를 한다니. 온라인 커뮤니티가 더이상 특별하지 않은 현실이지만 적당한 익명성과 텍스트 위주의 세상과 본인 목소리를 터놓고 대화하는 세상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나 나처럼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이면 진입장벽이 꽤 높게 느껴질 것이다. 살짝 들어가서 듣기만 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혹시나 나를 지목해서 말을 시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된다. 물론 수많은 청자들 틈에 묻힌 나를 발견하기가 더 어렵겠지만 말이다.
실시간 대화방이다 보니 원하는 시간에 맞춰서 듣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불편함은 있지만 이는 실생활을 그대로 반영하는 부분이라 생각하기에 따라 장점일 수도 있다. 방을 개설할 때 미리 정해진 시간에 정기적으로 스케쥴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오프라인에서 약속을 잡듯이 계획을 세워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허비하던 저녁 시간을 알찬 경험으로 채우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듣기만 하고 있다. 내가 방을 만든다거나 발언권을 요청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제목처럼 난 아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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