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그리움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기억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나이의 요즘 아이들을 보면 그리움 보다는 기대가 더 크게 자리하는 듯 하다. 어린 시절을 지나 젊은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꽤 커져있었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 대상은 몇번씩 바뀌었지만 그리움의 크기는 젊은 시절의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훌쩍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그리움은 마르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에서 그 시절의 나에 대한 그리움으로 바뀌고 있을 뿐.
'창피하게 뽕짝을 틀어놨네.' 공원 산책을 하거나 뒷산을 오르다 보면 옆구리에 찬 라디오에서 혹은 돗자리에 올려진 오디오에서 구성진 가락의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온다. 간간이 흥겨운 콧노래도 함께. 세련된 노래가 얼마나 많은데 하필. 그런데 어제 밤 나는 80년대 후반의 노래를 찾아 들으며 한참 감성적이고 세련된 기분에 푹 빠져들며 잠들었다. 무려 30년도 더 된 노래를 기꺼이 찾아 들으면서. 그 시절은 그저 꼬꼬마 아이였는데...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얼른 녹음 버튼을 누르고 몇번을 돌려가며 듣던. 한창 노래를 즐겨듣던 시기가 아니라 갓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때.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일까.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은 시절에 대한 보상적 추억? 그때를 돌린 것 같은 착각? '내가 왕년에 말이..
요즘 문득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모르게 옛 사람을 떠올리거나 옛 장소를 한번 거닐고 싶거나 옛 추억이 스민 무언가를 찾고 있을 때. 앞 날의 계획 보다도 지난 날의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내 나이가 그만큼 들었다는 것 아닐까. 살아갈 날 보다도 살아온 날을 뒤돌아 보게 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는데.
그다지 춥지 않은 겨울이라며 새 패팅도 거절했는데 어제 오늘은 정말 춥다. 어제 저녁에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길에 매서운 칼바람이 옷 틈으로 스며들며 한기가 느껴질 때문득 어릴 때 생각이 났다. 그 날 밤에도 그랬다.온 몸이 으스스 떨릴만큼 추운 그 날 밤우리는 집 근처 가게로 가고 있었다.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냉동고 문을 열고 꺼내든 투게더.당시에는 그만큼 고급스러운 아이스크림이 없었다.즉 그 날 밤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던 것. 이렇게 추운 저녁에 왜 하필 그 생각이 났을까. 갑자기 통닭 생각도 났다.밤에 후라이드 한마리를 시켜놓고 온가족이 둘러앉아 먹던.배달도 잘 안되던 시절,전화로 주문하고 음식을 찾아오면이십여분은 더 걸리던 어린 시절.그게 행복이었구나. 늙었나?자꾸 옛날 생각이 나는걸 보면.
“차에 관심 있는 줄 몰랐어요.” 내가 911을 탄다는 얘기를 듣고 누군가 내게 했던 이야기다. 평소 차에 대한 얘기를 하지도 않았고, 누가 차를 산다고 해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난 그저 차에는 관심 없는 사람으로 비춰졌던 것 같다. 어느정도 사실이기도 하고. 911을 탄다고 해서 차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차에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911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911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차를 살 즈음해서야 911이라는 기종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 전에는 그냥 ‘포르쉐’라는 차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말 그대로 동경이었다. 가지고 싶다거나 꼭 사야지 하는 생각이 아니라 그냥 꿈 같은 것. 그것이 얼마인지는 몰랐지만 내가 살 수 없는 가격의 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