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시대.
진료실에서 달라진 '반가운' 풍경이라면 콧물 빼달라는 요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수유나 수면에 방해가 될 정도거나, 기침을 유발하고, 코 밑이 헐 정도라면 먼저 나서서 코를 빼고 가라고 하는데 코로나 유행 이후에는 그마저 그만두었다. 간혹 요청하는 보호자도 있지만 비말의 위험성을 살짝 언급하면 손사래를 치며 안빼겠다 한다. 덕분인지 난 철마다 한 번씩 걸리던 감기에서 해방.
어느 블로그에서 장염 걸린 아이를 둔 부호자가 열흘 넘게 다닌 소아과 의사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는 글 아래 달린 댓글이다. 정말 이 선생님은 장염 치료도 못하고, 아이들 코도 건성으로 봐주는 의사일까?
글쓴이가 진료때 들은 설명을 상세하게 적었는데,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근거 없는 설에 휘둘리지 않고 지극히 교과서적인 설명과 처방을 하셨다. 굳이 잘못을 꼽자면 적당한 감언이설로 엄마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 정도. 이러한 진료를 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꼿꼿한 선비 같은 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코딱지를 안빼준 저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날의 기분 따라 흔쾌히 하기도, 마지못해 하기도 하는 의사 역할 밖의 일. 난 아직 말단 서비스업의 최전선에 선 감정노동자 위치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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