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안 이야기/진료실에서

의사 파업에 즈음하여

이음ᵉᵘᵐ 2020. 8. 8. 13:28

의대 신설과 한시적 의대생 증원, 공공의료 의무 복무, 거기다 한약 첩약 급여화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의료계가 달아오르고 있다. 전공의협의회가 주도가 된 파업이 어제 한 차례 있었고, 오는 14일에는 의사협회의 파업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의사의 파업을 놓고서는 의사끼리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누구는 자영업자이고, 누구는 회사원 같은 봉직의이고, 누구는 많은 의사를 고용한 경영자이다. 저마다의 입장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 이를 두고 착한 의사, 나쁜 의사로 구분 짓는 것은 무의미하다.

 

파업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번 정책에 대해서는 하나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다. 정부는 여전히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며, 언론에서는 그에 힘을 싣는 기사를 연이어 내고 있다. 병원협회와 중소병원협회, 그리고 간호사협회까지 나서서 의사 부족을 외치며 의사 증원을 환영한다. 

 

"간호사에 대리처방까지 강요"..의사 절대부족에도 파업하는 의협 
보건의료노조 "의사 부족이 불법의료행위 유발한다
중소병원협회 "의사인력 확대, 가뭄의 단비”

 

여기서 병원과 의사를 떼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병원장은 의사이지만, 병원은 회사이다. 병원은 의사 인력 배출이 느는 것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왜? 시장에 넘치는 의사를 더 적은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고,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전공의의 열정페이에 기댈 수 있으니까. 결국 같은 인력을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비난할 수 없다. 시장 원리가 그런 것을.  

 

간호대 정원을 확대한 결과 간호사 인력 수급이 원활해졌는지 보자. 간호사가 많아지면 병원에서 고용도 더 많이 하고, 지역 곳곳에도 인력이 배분되어야 하는데, 결과는 장롱면허만 늘었다. 간호사 처우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다. 본인들이 겪지 않았는가. 

 

그러면 병원에 의사, 간호사가 왜 부족한가. 우리나라에 의사, 간호사가 부족해서 그럴까.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배치와 고용의 문제이다. OECD 평균 의사수 어쩌고 하는 것은 큰 의미 없다. 우리나라보다 의사수 많은 나라에서 왜 우리나라보다 의사 보기가 힘든 것인가.

 

의사가 대도시에 몰려있으니 지역적으로 의료시설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의사수가 늘면 도시에서 경쟁을 피해 지방으로 옮겨갈까? 애초에 지방 인구가 적고, 국민이 대형병원을 선호하여 서울로 몰리는 현실 때문에 지방이 외면받는 것인데 누가 그 자리로 가려할까.

 

개원의사는 자영업자이다. 국민건강 수호자가 아니라. 종합병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운영을 해서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하는 회사이다. 이런 현실에서 의사는 대도시 위주로 배치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개원을 목표로 하는 의사이든, 큰 병원에 취직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개원하는 의사이든 의료 수요가 있는 곳에 자리를 잡으려 하지 슈바이처를 자처하고 오지에 개원하는 의사가 몇이나 될까.   

 

파업을 두고 정부는 '국민 건강 위협', '국민 건강 담보' 같이 자꾸 '국민'을 거론한다. 어쩌다가 동네 개원의가 국민 건강을 책임지게 되었나. 의료 말단에서, 생업 일선에서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일차진료를 보는 개원의에게 요구되는 책임이 너무 큰 것 아닌가.

 

[기고]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은 공공의료 왜곡정책

 

이렇게 된 데에는 공공의료 제반 시설과 정책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그러니까 국가가 공공의료 인력 확충하려고 의대 만들고 의사 정원 늘리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공공의료를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곳곳에 공공의료원을 운영하면 된다. 병원을 짓고, 의사를 고용하고, 수익이 나지 않아도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지역민의 복지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운영을 하면 된다. 감염병 역학조사관이 필요하면  몇 년짜리 계약직으로 뽑을게 아니라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면 된다. 

 

그런데 왜 못할까. 적자를 감수하면서 운영하느니 민간에 맡기는 게 쉬워서 그렇다. 이제와서 뭔가 대책을 세운다고 세웠는데 그 방법이 틀렸다. 게다가 대화와 소통을 내세우지만 이런 정책이 나오기까지, 나온 이후에도 의료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 정말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실업률이 높아도 곳곳에서는 구인란에 허덕이고 있다. 실업자가 부족해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