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독감 접종 중단

질병관리청은 13-18세용 무료 인플루엔자 백신이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어 오늘로 예정된 접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무료 접종(6개월~12세)과 임신부, 어르신 접종도 같이 중단했다. 문제를 쉬쉬하며 숨기지 않고, 즉각적인 대처를 하는 모습은 높이 살 만하다. 변질된 백신을 국민들에게 접종해서는 안되는 일이니까. 

 

인플루엔자 백신은 냉장 보관이 원칙이다. 하지만 한 예로 GSK의 플루아릭스의 경우 상온(+21℃)에서 최고 1주일까지도 변질되지 않는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백신은 상온에 얼마나 방치되었다는 말인가?

  

그런데 왜 전면적인 중단인가?

 

13-18세용 물량 중 일부가 문제가 된 것이고, 기존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자와 어르신 대상 백신은 문제가 없는데 왜 전부 중단을 했을까. 유통 문제가 발견된 제품을 선별적으로 회수할 수는 없었을까. 기존 백신도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전면 중단을 한 것일까?

 

6개월~12세(nip) 접종은 왜 중단해야 하는가?

 

생애 첫 독감 백신 접종 대상자들은 9월 8일부터 접종을 받았다. 질병관리청은 이때의 백신은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왜 이것까지도 접종 중단을 지시한 것인가. 혹시 모를 문제점이 있을까봐 전수조사를 위해 중단한 것이라면 '문제없다'는 발표는 왜 한 것인가. 

 

유료 접종은 그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무슨 소리인가.

 

유료 백신은 nip 백신과 같이 백신사에서 직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유통 과정이 같은데 무료는 중단하고 유료는 그대로 진행해도 된다는 근거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번에 문제가 된 백신의 LOT 번호를 확인하여 해당 물량만 폐기하거나, 확대하여 13-18세 전체 물량을 폐기하는 것으로는 안정성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유료 백신도 모두 같이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유료 접종에 가능성에 대한 답변은 지역 보건소 마다 다르다. 어느 지역은 모두 중단, 어느 지역은 유료는 가능. 보건복지부가 손발처럼 부리던 보건소가 상부 지휘에 따라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코로나 검사 때도 경험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우리 아이가 맞은 주사는 괜찮은거냐는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도 더이상의 접종은 하지 말라고 한다. 대신 유료 접종은 가능하다고 한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성급하게 무료 접종 대상을 확대하면서 물량 부족 사태가 예고되었는데, 거기다가 이런 문제까지 불거지다니. 질병관리본부에서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전면 중단이라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책임의 화살은 일개 유통사로 향하고 있다.

 

1006억원 규모 4가 독감백신 입찰 '신성약품' 품으로
... 조달가격이 8740원으로 시중 판매 가격의 60% 수준으로 제약사들에게는 납품할수록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이다.

 

한때 공적마스크를 지오영이 독점 공급했던 것처럼, 이번 무료 독감 백신도 한 유통사가 헐값에 조달하고 있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다보니 유통 과정에서 지켜야할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듯하다.

 

불안한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런저런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 때리기에 이어서 의약품 유통까지 국가가 통제하려는게 아닌지, 수거된 백신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려는 것은 아닌지, 성급한 무료 접종 확대로 물량 확보에 실패한 것을 덮으려는 것은 아닌지. 무료 백신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조성해 수요를 줄이려는 시도는 아닌지. 

 

질병관리청은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고, 일선 의·병원과 국민들의 혼란을 풀어주어야 한다. 조속히 관련 브리핑을 하여 이 상황을 정리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