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안 이야기/진료실에서

코로나 시대 소아과 의사로 살기

이음ᵉᵘᵐ 2021. 2. 22. 11:24

소아과 의사를 왜 하려고 해요? 애들을 좋아하시나봐요. 

그거 돈도 안될텐데... 출산율도 떨어지고.

 

오래전 내가 소아과 의사의 길을 걸으려 할 때 주위에서는 우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대부분의 걱정은 왜 굳이 힘든 길을 가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생사가 오가고 언제 응급상황이 터질지 모르는 과와 비교할 바 아니지만 노력과 시간에 비해 보상은 보잘 것 없는 소아과를 왜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 어른 진찰 보다는 애들 진찰이 적성에 맞았다. 출산율이 떨어지는데 소아과는 널려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장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겨졌기에 난 소아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내겐 꿈이 있(었)다. 세상 아이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일개 의사가 꿈도 컸지. 그게 어디 의사 하나의 힘으로 될 일인가. 의사는 그저 전선 제일 앞에서 각개전투를 하는 역할임을 그 때는 몰랐다. 그럼에도 그 꿈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아픈 아이들이 없는 세상에 되기를 바라는 마음, 아파서 고통스러운 아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 아픈 곳이 있으면 언제든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그때도 지금도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감염증이 우리의 일상을 흔든지 1년이 넘었다. 개인 위생과 청결이 일상이 되면서 아픈 아이들이 현저히 줄었다. 내 꿈 속의 아픈 아이와 현실의 아픈 아이가 같은 범주는 아니지만, 당장 진료실에서 흔히 보던 잔병치레 발걸음이 뚝 끊어졌다. 감기를 달고 살던 아이, 자주 배탈 나던 아이, 매년 독감에 걸리던 아이를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인지도 가물거릴 정도이다.

 

가볍게 아픈 아이들이 확실히 줄었다. 내 꿈의 일부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잔병치레하는 아이들이 안오니 나는 먹고사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