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할머니와 손자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아이가 열이 있는데
학교에 독감이 한창인 때라 병원에 가보라는 연락을 받으셨다는 할머니의 말씀.
검사 결과 인플루엔자 진단을 받고
당분간 학교는 쉬고 집에서 격리를 해야한다고 설명드리자
아이도 할머니도 곤란한 눈빛이다.
아이는 학교에 가면 안되냐고, 학원도 가면 안되냐고, 꼭 가고 싶다고 말하고
할머니께서는 당신도 일을 하러 가야해서 집에서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고 하신다.
사정은 딱하지만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하고 있는데
학교는 가고 싶은데.. 가고 싶은데.. 중얼거리던 아이가
내내 그 얌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할머니. 좀 무서워도 나 집에 혼자서 있을 수 있는데...
대신 할머니가 걱정을 하시겠지."
환자차트를 다시 보았다.
만 7세. 초등학교 1학년.
혼자 두기는 아직 어린 나이.
그 어린 아이가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상황을 정리하고
홀로 남아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