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밖 이야기/자잘한 일상

여유

이음ᵉᵘᵐ 2020. 6. 22. 11:22

늘 자신을 억누르고, 무언가에  쫓기듯, 조바심에 두근거리며 긴장해 있는 내 모습이 그 순간순간에 충실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라고 대견히 여겼다.

 

착각이었다.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서 10년, 20년.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는 다르지 않다. 분명 그 때보다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남들 보기엔 여유로워 보이는 것 같은데 자신이 느끼는 나는 나를 졸라매던 그 때와 달라진게 없다.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5년 전 캄보디아에서 남긴 몇장의 사진에 눈길이 머물었다. 의료봉사차 머문 캄보디아에서의 일주일은 지금 생각하면 참 여유로웠던 시간이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진료가 이어졌지만 저녁시간은 자유로웠고 근처 시장 구경을 가거나 숙소 주위로 산책을 해볼 수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아픈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것 같다. 그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가는 길

5년이 지나 드는 생각은 '왜 그때 그걸 누리지 못했지?' 이다. 비단 5년 전의 일만은 아니다. 정신없이 자신을 갈아넣고 있었던 전공의 시절도 이제와 돌이켜 보면 혼자 아둥바둥 할 필요가 없었다. 지치고 힘겨워도 그 가운데 즐거움을 충분히 찾을 기회가 곳곳에 있었다는 것이 이제야 보인다.

 

오늘 지금 여기 이 시간에도 난 무언지 모를 긴장을 하고 있다. 뭔가 생산적이거나 내 경력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 그런 불안감 속에서 시간은 흐르기만 한다. 산출물 없이 긴장의 시간만이.

 

10년 후 오늘을 뒤돌아 보면 이 시간이 또 후회가 되겠지.

 

여유는 나오는 것인가 만드는 것인가. 답을 알면서도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