ᴇ ᴜ ᴍ ᵐᵉ

자잘한 일상 65

카테고리 설명
  • 잃기 전까지는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하던 것들. 올해 초 식사 중 어금니에 금이 갔을 때와 지난주 입천장에 상처가 나면서 음식을 맘껏 씹을 수 없었을 때 삶의 큰 재미를 잃은 것 같았다. 맛있는 음식은 그 맛을 느껴볼 여유 없이 입 안이 아프지 않기만을 신경써야 했고, 배부르게 먹기 보다는 아프기 전에 식사를 마치는게 우선이었다. 이에 이어서 눈. 나에게도 노안이 왔다. 멀리 보면 흐린게 싫어서 렌즈의 도수를 조금씩 올렸더니 언제부턴가 가까이가 흐릿하다. 뻣뻣해진 내 수정체는 이제 가까이 보는 능력을 소실해 가고 있다. 그러고보니 손에서 책을 놓은지도 꽤 되었고, 앞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컴퓨터도 여가 시간에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있었다. 선명히 보지 않아도 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과 숲을 ..

  • 낮이면 제법 화창한 볕에 눈부심을 이겨내어야 하는 나날이다. 언제 봄이 이렇게 가까이 온건지. 그리고 일신에도 봄의 여유가 주어졌다. 짧은 봄 만큼이나 잠시의 시간이지만 여태 주어지지 않은 시간. 봄 햇살처럼 환한 하루하루를 누릴 수 있기를.

    자잘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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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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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체 치료법이 특정 증상이나 환자의 일부에서만 잠재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일 때, 기존의 치료보다 효과적인지 위험한 부작용이나 건강상의 위험이 없는지, 가족이 그 치료를 적절한 범위에서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검토하고 논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현혹시키는 기적의 치료법들이 겉보기에는 얼마나 믿음이 가는지, 또는 얼마나 옳게 보이는지는 실제 치료 효과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 주장들의 이면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이런 주장들을 지지하는 과학적 연구가 든든한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기존의 치료와 전혀 다른 새로운 치료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해보길 바랍니다. 내 자녀에게 효과가 있을 것인가? 다음 사항에 해당된다면 증명된 치료법이 맞..

  • 다른 사람들의 후기나 경험함에 귀를 쫑긋 기울이지만, 나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는다. 소신이 흔들릴까봐, 상처를 받을까봐. 그러다 한번씩 추천글 제목에 내 이야기가 보이면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안절부절 못하다가 과감히 글을 열어보기도 하는데... 냉정한 마음으로 글을 읽을 수 있으면 고칠 점은 고치고, 노력할 부분은 더 노력하고, 장점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만 나의 정서는 유리 보다도 약해서 긴장이 앞선다. 오늘 그렇게 읽은 글에는 다행히 좋은 내용만 담겨 있었다. 뿌듯함이 밀려온다. 이 부분을 강점으로 특화시켜야겠구나 싶다. 자존심을 살짝 놓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늘 생각하는 실력있는 의사의 모습과는 괴리가 있지만 현실의 다양한 때와 장소에서 그에 맞는 모습으로..

  • 할머니를 처음 뵌 것은 4일 전, 코로나감염증 선별진료소에서 진료를 했을 때이다. 방호복을 입고 음압진료실에 들어서자 할머니가 입을 다시며 하소연을 늘어놓으셨다. 지역 특성상 시골 깊은 곳에서 어렵게 나오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는데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아침 일찍 버스를 갈아타면서 병원에 왔는데 '여기 가라, 저기 가라' 하루 종일이라며 넋두리를 하시는데 정겹고 구수한 입담에 덩달아 '예, 그렇지요, 이 놈의 병원 참... 제가 빨리 봐드릴게요' 하며 맞장구를 쳐드렸다. 소변이 붉어서 비뇨기과에서 소변검사와 간단한 혈액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 발열이 있어 급하게 선별진료소로 의뢰가 된 경우였다. 결과가 나왔지만 담당 선생님의 설명은 아직 듣지 못한 상태였는데 소변이 붉은 것은 혈뇨가 아닌 빌리루빈..

  • 클럽하우스(Clubhouse) 열풍이다. 아직까지는 서비스가 아이폰 전용이고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달리 제한적이지만 이미 소위 말하는 '인싸'들 상당수가 클럽하우스(이하 클하)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클하는 음성을 기반으로 하는 SNS이다. 글이나 사진으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음성으로 대화를 하는 장이다. 그래서 그 내용은 휘발성이 있다. 정해진 대화 시간이 끝나고 방을 닫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만나서 이야기하고 헤어지는 것과 유사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와 맞아 떨어지는 재미있는 놀이거리, 혹은 공부거리가 생긴 것이다. 음성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는 이전에도 있었다. 팟캐스트가 있고, 더 이전에는 메신저의 채팅 기능이 있었다. 메신저 채팅..